학습에이전트 - The Evolving Shape of Learning
진화하는 학습의 형태
약 7만 년 전 — 언어, 그리고 구전 학습의 시작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에게 ‘인지 혁명’이라 불리는 도약이 일어났습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과 갈라선 첫 분기점이었습니다. 눈앞에 없는 것, 추상적인 개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표현하는 상징적 언어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 언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때부터 지식이 입에서 입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약 5천 년 전 — 문자의 시대
인류 학습 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약이 찾아왔습니다. 수메르의 설형문자, 이집트의 상형문자.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던 지식이 비로소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을 가진 이가 세상을 떠나도, 그 지식은 남았습니다. 문자는 지식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켰습니다. 수천 년 전 생을 마감한 학자의 생각을, 우리는 오늘 읽고 배웁니다.
15세기 — 인쇄술과 지식의 민주화
왕족과 성직자 같은 극소수 권력층의 전유물이던 고급 지식이, 인쇄술의 대량 생산을 통해 모두의 것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글을 배워 성경을 읽고, 누구나 글을 읽어 과학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지식이 처음으로 ‘대중’을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20세기 말 — 인터넷, 그리고 초연결의 시대
월드 와이드 웹의 보급, 그리고 뒤이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지식을 얻는 방식을 통째로 바꿔놓았습니다. 과거의 학습이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이었다면, 이제 학습은 ‘어디서 정보를 찾고(Search),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식의 권위는 학교와 교사에서 인터넷 공간 전체로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인터넷이 지식의 거대한 도서관을 열어주었다면, AI는 그 도서관 안에서 인간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합니다. 학습은 이제 정보를 검색(Search)하는 것을 넘어, AI와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학생이 똑같은 교과서로 배우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AI는 나의 이해도와 흥미, 학습 속도를 파악해 오직 나만을 위한 학습 여정을 설계합니다.
단순한 암기와 요약은 이제 AI가 더 잘합니다. 그래서 현대의 학습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AI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그리고 ‘AI의 답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창의적으로 융합하는가’로 다시 정의되고 있습니다.
학습 플랫폼
많은 학습 플랫폼이 사실 인터넷 시대가 열어준 가능성 위에서 태어났습니다. 학교의 물리적 한계도, 시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원하는 지식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프런 역시 이 거대한 흐름 위에서 성장의 기회를 평등하게라는 비전을 들고, 지식의 대중화에 한 걸음을 보태왔습니다. 좋은 지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도록.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대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인프런은 단지 강의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끝내는 곳이 아닙니다. 학습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사람들이 더 잘 배우도록 도와야만 합니다. 그리고 학습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면 우리가 그 변화를 맞이해야 합니다.
학습 에이전트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이제 인프런에서는 에이전트와 함께 학습할 수 있습니다.
인프런 학습 에이전트, 강의 영상을 혼자 시청하는 것을 넘어, 지금 보고 있는 화면과 자막, 커리큘럼과 퀴즈까지 모두 아는 짝꿍이 곁에 있습니다. 막히는 순간 바로 물어보고, 이해한 만큼 다음으로 나아가는, 막힘없는 학습 여정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이제부터 인프런 강의실에서는 내장된 채팅 기능으로 강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정리하고, 연습 문제를 풀고, 심화 내용까지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학습 에이전트와 나눈 대화는 언제든지 노트에 기록해 둘 수 있습니다.
더하여, 수강생은 학습 에이전트와 대화할 캐릭터를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성격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취향이나 공부 패턴에 맞는 캐릭터와 함께 학습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요?
지금까지 인프런의 강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 에이전트의 기능들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직관적인 기능이지만, 팀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을 제품에 녹여냈습니다. 먼저 학습 에이전트가 수강생에게 줘야 하는 가장 큰 가치를 세 가지로 정하고, 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 학습 에이전트는 수강생에게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주어야 합니다.
2. 학습 에이전트는 수강생에게 언어 모델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느껴져야 합니다.
3. 학습 에이전트는 학습의 본질을 깨지 않고, 수강생이 학습에 집중하게 해야 합니다.이 세 가지 가치는 이후 기획의 축이 되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답변은 수업과 수강생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서 나오므로 컨텍스트와 유저 메모리 설계로, 살아있는 존재라는 느낌은 캐릭터 설계로 구체화했습니다. 세 번째 가치는 AI 신규 기능과 기존 강의실 기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해, 학습의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게 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팀에서는 학습 에이전트의 구체적인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학습 에이전트의 컨텍스트
학습 에이전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강생의 학습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습 에이전트는 수강생이 학습 중인 수업 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질문에 답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습 에이전트가 참조할 수 있는 맥락 정보를 설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컨텍스트와 Tool 활용이 답변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학습 에이전트의 맥락 정보는 강의 커리큘럼, 수업의 내용, 자막 정보와 같은 수업 관련 맥락과 진도율, 유저 메모리, 시청 중인 화면, 캐릭터와 같은 유저 관련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컨텍스트가 많을수록 답변 품질이 높아질 것 같지만, 훌륭한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컨텍스트가 너무 적으면 에이전트가 충분한 맥락 없이 답변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너무 많으면 특정 임계치 이상으로는 품질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Lost in the Middle 현상이 강화되어 품질이 저하됩니다. 또한 LLM 입력 토큰 수가 늘어나 비용도 함께 증가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습 에이전트에게는 필요할 때만 필요한 컨텍스트를 로드할 수 있는 Tool이 제공됩니다. 학습 에이전트는 영상 화면 캡처, 수업 벡터 검색, 최근 학습내역 조회 등의 유용한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습 에이전트의 컨텍스트는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해 설계해야 합니다. 응답 속도, 답변의 정확도, 비용 세 가지 측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잡는 것이 중요했고, 팀에서는 지금까지도 더 좋은 컨텍스트 설계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유저 메모리
학습 에이전트의 답변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업의 맥락 정보뿐만 아니라, 수강생의 맥락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ChatGPT나 Claude 앱도 사용자와의 대화 내역을 기반으로 대화 맥락을 구성합니다.
학습 에이전트도 수강생의 부탁을 기억하고, 다른 대화방에서 대화할 때에도 수강생의 요구사항에 맞게끔 답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함께 공부할 짝꿍이라면, 내 습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말이 더 잘 통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학습 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습 에이전트는 수강생의 요구사항을 메모해 두고, 다른 대화방에서도 그 요구사항을 기억합니다. 위의 이미지는 단순한 예시이지만, 수강생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요구사항을 학습 에이전트에게 자유롭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저 메모리 기능은 설정에서 활성화/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학습 에이전트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답변의 정확성과 신속성이었습니다. 수강생의 학습에 실제로 기여해야 하므로, 정확한 답변을 신속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외에는 어떤 점이 학습 에이전트에게 필요할까요?
듀오링고의 giving our characters voices 게시글을 읽어보면, 듀오링고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먼저 만들고 그 안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인 뒤, 그 세계관 안에서 언어 학습을 진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학습 콘텐츠뿐만 아니라 사용자와의 친밀도가 생겼을 때 학습 효율이 증대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의 성격과 캐릭터가 사는 세계를 완성도 있게 구성한 뒤, 그에 맞는 성우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 플랫폼임에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듀오링고는 왜 수많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필요했을까요? 아무리 좋은 선생님과 공부해도, 스스로 동기나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학생은 공부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스스로 재미나 흥미를 찾는다면 혼자서도 훨씬 뛰어난 학습 성취를 얻습니다.
그동안 동영상 교육 플랫폼은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발달해 왔습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꾸준히 공부하려면, 지식의 전달 그 너머의 기능도 필요합니다. 수강생이 LLM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인격을 가진 캐릭터와 대화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강의실에서 홀로 공부하는 시간은 고독하기에, 옆자리 짝꿍처럼 부담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상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러한 생각 끝에 학습 에이전트에 캐릭터라는 정체성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유저들이 매력을 느끼면서도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인격들을 설계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리
이 글에서는 학습 에이전트가 왜 필요했는지, 만들면서 어떤 고민들을 했었는지를 담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후속편에서는 각각의 구체적인 영역(백엔드, 디자인, 프런트엔드)에서 이러한 고민들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다룰 예정입니다.
서문에서 짚었듯이 학습의 형태는 늘 변해 왔고, 인프런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학습 에이전트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학습 에이전트의 개발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글이 올라올까요?
Reference
- Nelson F. Liu et al., ”Lost in the Middle: How Language Models Use Long Contexts”
- Duolingo, ”Giving our characters voices”

